AI는 재미를 찾아 주지 않는다
결론부터 적는다. AI는 게임을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뭐가 재밌는지는 못 정한다. 구현 비용은 이제 0이라고 봐도 된다.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추구할지 정하고, 재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만능인지, 이제 사람이 필요 없어진 건지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이 글을 쓴다.
같은 게임을 시켜도 결과는 다르다
여러 사람에게 똑같이 뱀서라이크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결과는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딸깍 한 번으로 끝낸다. 누가 봐도 AI 슬롭이다. 어떤 사람은 세심하게 디렉팅해서, 아트까지 자연스럽고 잘 다듬어진 결과물을 낸다. 또 어떤 사람은 아무도 없던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서 게임성 자체를 차별화한다.
구현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구현 비용은 0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중요한 건 그다음에 무엇을 추구하느냐다. 그 고민이 없으면 그냥 양산형 노잼게임이 된다.
AI는 만들어 줄 수는 있다. 뭐가 재밌는지는 못 정한다.
컨텍스트는 하네스에 둔다
컨텍스트는 프롬프트보다 하네스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하네스는 이런 결정들이다.
- 어떤 기술 스택을 쓸지
- 어떤 워크플로우로 일할지
- 어떤 도구를 쓸지
- 이 프로젝트만의 컨벤션은 무엇인지
이걸 정하는 건 사람이다.
내 경우
지금 웹 기반 자체 엔진과 SRPG를 같이 개발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SRPG 하나만 만드는 것도 버거웠을 거다. 지금은 구현이 워낙 빠르다 보니, 전에는 못 하던 넓은 규모와 깊은 영역까지 시도하고 있다. HD-2D 같은 아트 스타일도 그중 하나다.
나올 만한 반론들
이런 얘기를 하면 나올 만한 반론이 몇 가지 있다. 하나씩 적어 본다.
AI는 대신 생각해 주지 않는다. 팀원처럼 도울 뿐이다
동의한다. 사실 같은 얘기다. 팀원이 아무리 잘 도와줘도 방향은 누군가 정해야 한다.
프롬프트가 모호했을 뿐이다. 상시 돌아가는 AI라면 언젠가 알아서 만든다
프롬프트가 모호했다는 진단부터 맞지 않다고 본다. 프롬프트를 더 구체적으로 쓴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컨텍스트는 AI가 일하는 바탕, 즉 계속 유지되는 하네스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컨텍스트를 넣을지, 뭐가 재밌는지, 의도가 무엇인지 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일이다.
사람이 만든 것도 대부분 양산형이다. 왜 AI에게만 엄격한가
AI가 만들어서 양산형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사람도 양산형을 만든다. 오히려 그게 내 주장을 뒷받침한다. 재미는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누군가 무엇을 추구할지 정했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발전할 테니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가치의 전부라는 믿음 위에 있다. 실제 제품에서는 보이는 결과물 아래에 보이지 않는 층이 있다. 하네스, 워크플로우, 아키텍처 같은 것들이다.
정리
AI가 재미를 찾아 주지는 않는다. 구현 비용이 0에 가까워졌으니,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추구할지 정하고 재미에 집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