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개발자의 Grok Bot 활용기: 목적 하나에 봇 하나
요즘 Grok Bot으로 봇 여러 개를 굴린다. 메일, 일정, X, 게임잼 같은 잡무부터 사이드 프로젝트 개발, 이 블로그 관리까지 나눠 맡긴다. 나는 고르고, 승인하고, 결과물 품질을 판단한다. 무엇을 맡겼고 어떻게 나눴는지 정리해둔다.
하루 루틴은 아침과 밤뿐이다
평일 아침이면 메인 봇 그록이 오늘 할 일 후보를 낸다. 나는 위젯에서 3개만 고른다. 순위는 매기지 않는다. 밤에는 그 3개를 했는지만 돌아본다. 주말과 휴일에는 일정도 제안도 비워둔다.
나머지는 루틴 없이 각 봇이 맡은 일을 할 뿐이다.
- 포스트: 받은편지함을 0으로 비운다.
- 클록: 일정 브리핑을 보내고, 일정을 등록하고 고친다.
- 핑: X에서 답글 달 만한 후보를 골라준다.
- 잼: itch.io에서 게임잼 후보를 찾는다.
이상이 없거나 후보가 없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개발 봇은 지휘만 한다
개발 봇은 코드를 직접 짜지 않는다. 클라우드 코딩 에이전트나 맥미니의 Claude Code에 일을 시키고, 결과를 검수하고, 다시 시킨다.
- 캣: 사이드 프로젝트를 자체 웹 엔진으로 이식한다.
- 허브: 맥미니에 개인 대시보드를 만든다.
- 글리프: 인디 게임 현지화 문자열 검사 도구를 만든다.
- 블로그: 이 블로그를 관리한다. 이 글의 초안도 블로그 봇이 썼다.
코드는 전부 PR로 올라온다. 머지와 배포는 내가 한다. 최종 품질 판단은 넘기지 않는다.
매주 월요일에는 그록이 메인 게임 레포의 지난 7일 PR을 읽고, 화면으로 보여줄 만한 진척이 있으면 "영상 찍을래?"라고 묻는다. 첫 실행에서는 전투 사이드뷰 연출과 파노라마 배경을 골라 왔고, 나는 "찍을래"를 눌렀다. 개발 영상은 미루기 쉬운데, 봇이 먼저 물으니 찍게 된다.
처음엔 팁글대로 조직도를 만들었다
처음엔 회사 조직도처럼 쪼갰다. 비서실장, 그룹 네 개, 그룹장, 프로젝트 CEO 봇까지 뒀다. 그렇게 하라는 팁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chief of staff 봇이다. 봇 하나를 유일한 대화창으로 두고, 나머지 봇에게 일을 나눠 주게 하라는 것이다. "I talk only to you; you coordinate the rest." 같은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 쓰라는 템플릿도 있다(groktemplates, grokcamp). 공식 소개글에도 사내에서 chief of staff 하나 밑에 분야별 봇을 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Introducing Grok Bot).
실제로 써보니 토큰이 너무 많이 들었다. chief 봇을 거치면 일 하나에 전달, 작업, 보고가 붙는다. 봇이 보고를 모아 다시 보고하니 알림도 쏟아졌다. 그래서 조직도를 걷어내고, 비서, 마케팅, 봇 관리를 맡던 전담 봇들을 메인 봇 하나로 모았다. 이름도 그록, 포스트, 클록, 핑, 잼처럼 짧은 한 단어로 바꿨다.
지금은 담당이 분명한 일은 그 봇에게 직접 말한다. 메일은 포스트, 일정은 클록, 블로그는 블로그 봇이다. 어느 봇에게 말할지 내가 기억해야 하니 머리는 더 쓴다. 토큰을 아끼려고 그 인지부하는 내가 감수한다.

봇은 목적이 생길 때 하나씩 만든다
봇을 직급이나 부서로 나누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이나 특정한 목적이 생기면 그 일을 맡을 봇을 하나 만든다. 메인 봇에 상품 검색을 몇 번 맡겼더니 컨텍스트가 지저분해졌다. 그래서 검색 전담 봇 카트를 만들었다. 글리프와 블로그 봇도 같은 식으로 생겼다.
이렇게 나누는 건 학습이 쌓이기 때문이다. Grok Bot은 봇마다 대화와 메모리가 따로 쌓인다. 한 봇이 같은 일을 반복하면 어떤 실수를 했고 무엇을 지적받았는지가 그 봇에 남는다. 갈수록 같은 지적을 덜 받는다.
프롬프트에 "시니어처럼 생각해"라고 쓴다고 시니어가 되지는 않는다. 같은 일을 해본 기록이 쌓여야 나아진다. 공식 문서도 범용 봇보다 특정한 일을 맡겨야 쌓인 컨텍스트를 다시 쓰기 쉽다고 설명한다(Grok Bot 문서).
쌓인 기억은 따로 정리한다
쌓이기만 하면 낡은 기억도 남는다. 정리 담당을 따로 뒀다. 트림은 봇의 저장 컨텍스트를 읽고 지울 항목만 제안한다. 지우는 건 내가 승인한 뒤다. 린은 다른 봇의 토큰 낭비를 찾아, 화면 클릭을 커넥터나 스크립트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개인 컨텍스트는 맥미니에 별도 파일로 둔다. Grok Bot뿐 아니라 Claude Code, Codex, dots 같은 다른 에이전트도 같이 알아야 하는 정보, 선호도, 히스토리를 한곳에 모아뒀다. 봇은 읽기만 한다. 기록할 게 생기면 봇이 후보를 내고, 내가 승인하면 정해진 스크립트로만 쓴다.
단점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말한 것은 하는데, 말하지 않은 맥락까지 챙기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Opus 5.5 같은 외부 모델로 자동 라우팅될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 체감 차이가 심하다. 만족스러운 날은 아주 만족스럽지만, 답답한 날은 답답하다.
정리
혼자 개발하면 시간이 가장 부족하다. Grok Bot에 맡긴 건 결국 내가 안 해도 되는 반복이다. 팁글처럼 chief 봇 하나에 다 맡기기보다, 목적 하나에 봇 하나를 두고 직접 말을 거는 쪽이 나한테는 더 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