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하다가 뇌가 튀겨진다
2025년 METR에서 발표한 연구가 하나 있다. 숙련된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이 AI 코딩 도구를 썼더니 오히려 19% 느려졌는데 본인들은 24% 빨라졌다고 믿었다. IEEE에 실린 "No Vibe Without Comprehension"에서는 프로그래머 26명에게 EEG를 붙이고 AI 생성 코드를 읽게 했는데 복잡도가 올라갈수록 뇌의 인지 부하가 포화에 도달했다.
논문을 읽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그래서?"였다. 틀린 말은 아닌데 내가 겪는 것과는 다르다. 코드 한 줄 리뷰할 때의 부하가 아니다. AI가 쏟아내는 속도를 내 뇌가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과부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머리가 아프다.
셀프 인터뷰로 정리해 봤다.
지금 어떤 상태인가?
프로젝트 3~4개를 동시에 돌리고 있다. 프로젝트당 AI 세션이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 인터뷰를 입력하는 동안에도 3개의 세션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답변 치고 돌아가서 확인해야 하는데, 방치 중이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머리가 아프다.
코드 리뷰를 직접 하나?
안 한다. Codex가 코드를 쓰고, Claude가 리뷰한다. diff를 아예 보지 않는다. 내가 인지해야 하는 정보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피곤하다. 코드를 읽는 부하는 줄었지만 남아 있는 역할이 있다. 디렉터와 QA다. 작업을 쪼개고 방향을 잡아 주고 결과물이 의도대로 나왔는지 확인한다. 코드의 부하가 빠진 자리를 판단과 컨텍스트 유지의 부하가 채웠다.
예전에 코딩할 때와 피로가 어떻게 다른가?
예전에는 논리와 구조를 머릿속에서 설계하는 게 피로였고 그게 병목이었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다. 한 프로젝트도 벅찼고 고민만 하다 아무 진전 없이 끝나는 날도 많았다.
지금은 정반대다. AI가 너무 빠르다. 내가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지시를 내리는 속도보다 AI가 결과를 쌓아 놓는 속도가 빠르다. 따라가려면 계속 컨텍스트를 전환해야 한다. A의 결과를 확인하고 B로 넘어가서 방향을 잡고 C의 승인 요청을 처리하고. 이걸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게 뇌가 튀겨지는 경험이다.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그랬다. 내가 답을 입력하면 5초도 안 돼서 다음 질문 세 개가 날아왔다. 생각을 정리할 틈이 없다. AI의 응답 속도가 사람의 처리 속도를 넘어서는 순간, 그 차이가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된다.
바이브 코딩 전에는 프로젝트를 이렇게 동시에 돌릴 수 있었나?
하나도 하기 힘들었다. 바이브 코딩이 바꿔 놓은 건 확실하다. 진도가 빠르게 나가고 못하던 영역까지 손을 뻗을 수 있게 해 준다.
문제는 잘 되니까 욕심이 난다는 것이다. 하나가 굴러가면 "이것도 해 볼까"가 된다. 프로젝트가 늘고 세션이 늘고 맥락이 늘어난다. 중독이라는 단어가 과하지 않다. 이번 주는 분명히 과했다.
관리용 에이전트를 따로 둬 본 적은?
시도해 봤다.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하는 에이전트를 따로 두려고 했는데, 큰 의미가 없었다. 감독은 결국 내가 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는 건 위임이 안 된다.
코드 리뷰를 AI끼리 맡긴 것도 diff를 안 보기로 한 것도 전부 내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을 줄이려는 시도다. 파이프라인의 중간 단계는 자동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작점(방향 설정)과 끝점(최종 판단)은 사람이 빠질 수가 없다.
다른 사람도 이럴까?
나는 원래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편이다. 모바일 게임 3~4개를 동시에 돌리고 회사에서 3개 프로젝트 문의를 동시에 받은 적도 있다. 내성이 있는 쪽이다.
그런 사람이 튀겨지고 있다. 멀티태스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 빨리 한계에 닿을 수 있다. 바이브 코딩의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있고 누구나 빠른 결과를 경험하게 된다. 그 속도의 인지적 대가는 아직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절제밖에 없다. 하네스를 다듬고 코드 리뷰를 위임하고 관리 에이전트를 세워 봤다. 다 해 봤는데 뇌는 여전히 튀겨진다. 파이프라인 중간은 최적화할 수 있어도 양 끝의 사람은 최적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AI의 처리량은 스케일한다. 감독하는 사람의 인지 용량은 스케일하지 않는다. 이게 바이브 코딩의 구조적 한계인지 아직 적응이 덜 된 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인터뷰 끝났으니 쉬러 간다.